[23년 12월 13일 작성]
얼마 전에 운동화를 하나 샀다. 무난하게 신으려고 검은색으로 하나 마련했다. 평소에 염두에 두고 있던 브랜드였고 호평이 꽤 많아서 온라인으로 사서 실패하기 보단 매장에서 신어보고 제대로 구매하고 싶었다. 신자마자 마음에 들어서 바로 그 자리에서 신고 가겠다고 했다. 그리고 그 날 집에 왔을 때까지만 해도 괜찮았다.
그러다 두 번째 신을 때부터는 왼쪽 안쪽 발등, 그러니까 발에서 가장 높은 부분이 아프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내가 발등이 높은 편이라는 말이 퍼뜩 뇌리를 스쳤다. 그래서 조금 참고 계속 신기로 했다. 그러다 한번 더 아픔을 느꼈을 때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발등이 전체적으로 높은 편인데, 이건 미국 브랜드라서 그걸 미처 고려하지 못했던 탓이 아닐까 했다.
신발을 벗어서 신발 혀 부분 밑으로 손을 넣어 만져보았다. 딱히 거슬리는 것도 없고 오히려 이전에 신었던 운동화들보다 더 푹신한 재질이어서 불편함을 느끼는 게 이상할 정도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왼쪽 발등은 계속되는 마찰에 아팠고 결국엔 운동화 끈을 조금씩 당겨서 신발 안의 공간을 늘렸다.
강도는 낮아졌지만 여전히 거슬리고 아프길래 유튜브에 검색했다. 발등 통증 운동화 이런 키워드를 조합했다. 그러다 본 영상에서 X자로 끈을 끼우지 말고 일자로 끼우면 낫다길래 현관에 쪼그려 앉아 영상을 보며 따라해 봤다. 보다가 헷갈려서 풀고 다시 끼우길 반복했다. 그렇게 양쪽 다 일자로 끼우기를 성공하고 신어봤는데, 여전히 아프긴 하지만 이전보다는 통증이 훨씬 가벼워졌다.
내 발은 높은 발등, 넓은 발볼 때문에 평균적인 발 모양이 아니고, 더군다나 왼발은 거의 반 치수 넘게 오른발보다 작을 정도로 양 발 크기의 차이가 많이 난다. 그래서 신발을 살 때는 웬만하면 꼭 신어보고 산다. 이번엔 매장에서 신어보고 심지어는 콩콩 뛰어도 보고 직원에게 사이즈가 맞는지 확인하는 과정들을 다 거쳐서 구매했음에도 아직 새 신발이라 그런지 발등이 아파서 좀 서러웠다.
자기 전 맨발을 슬쩍 보니 왼쪽 안쪽 발등이 아주 약간 발갛게 부어 있었다. 폭신폭신한 새 신발을 산 건 기분이 좋았지만 계속 내 발등이 고생하고 있어서 마음도 같이 안 좋다. 야생 신발을 잡아왔으니 부지런히 이 악물고 길들여야 할 차례인가 보다.